빅데이터 인프라와 빅브라더 인프라
아침에 자가격리 수칙을 어긴 군포 확진 부부에 대한 뉴스를 보니 아래와 같은 키워드가 눈에 띄었다.
#앱, #CCTV, #블랙박스, #ATM, #신용카드, #휴대폰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를 했다는 것은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활용되는 위의 키워드에 나열한 기술들도 일정 수준 활용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시에 준하는 재난 상황이 지나갔을 때, 한번쯤은 곱씹어 봐야할 키워드가 앱, CCTV, 블랙박스, ATM, 신용카드, 휴대폰이다.
(이러한) 빅데이터 인프라는, 곧바로 빅브라더 인프라가 되기도 한다.
#앱
지금처럼 “자가격리 앱"이 특별히 깔리지 않더라도, 이미 여러 지도앱, SNS앱 등이 우리의 위치와 생각을 끊임없이 디지털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이런 서비스 대부분은 손에 꼽히는 몇개의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제공하고 있다. 정부입장에서는 몇개의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에 접근이 가능하다면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공적 데이터와 합쳐서 엄청난 감시망을 구축할 수 있다. 역사상 어떤 권력도 가지지 못한 정보를 가질 수 있게 된다.
한편, <중국>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뿐만 아니라 메이투안디앤핑, 바이트댄스(틱톡) 등의 슈퍼앱이 온라인 트래픽의 다수를 점유하고 있다.
#CCTV #블랙박스
범죄예방, 교통정책 등으로 공공에서 설치한 CCTV와 민간에서 설치한 CCTV뿐만 아니라 이동 가능한 CCTV라고 할 수 있는 블랙박스까지… 사회 공익 혹은 범죄 예방, 분쟁 방지 등의 순기능을 수행하는 CCTV지만, 악용도 가능하다. CCTV로 수집되는 영상 데이터를 비전인식 AI으로 처리하면, 감시하는 사람의 노가다 비용이 줄어들고, 드론과 연결하면 3D 이동이 가능한 CCTV 구현이 가능하고, 여기에 스피커를 달면 범죄 발생 전에 경고가 가능하고, 약간의 무기를 장착하면 경찰이 직접 출동하지 않아도 범인을 현장에 구속할 수 있다.
<중국>은 위 문단 그대로의 것을 이번 코로나19 대응에 활용 중이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많은 곳에서 출입관리, 인증관리에 안면인식이 활용되고 있다.
#ATM
현금은 가장 올드한 지급수단이자, 지하경제에서 악용되는 수단이지만, 현존 지급수단 중에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금도 때로는 ATM으로 입출납이 이루어지면 꼬리표가 따라 다닐 수 있다.
<중국>은 현금에 인쇄된 일련번호로 개인을 일정 수준 추적이 가능하다고 한다.
#신용카드
한국의 신용카드 사용비중은 세계적이로 특이한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데빗카드도 크레딧카드망에 기반한 체크카드가 보편화 되어 대체사용되고 있고, 많은 간편결제 앱들도 신용카드결제망을 레이어로 끼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교통카드, 하이패스 등도 신용카드로 후불 결제하는 것이 편리하며, 때로는 출입증, 사원증에 신용카드가 결합되어 있기도 하며, 지갑에 현금이 없어도 카드는 있는 사람이 다수다. 신용카드는 말그대로 빅데이터의 원천, 즉, 개인들의 상거래 내역과 거래 위치, 일시 등의 로그를 발생시키는 센서다.
핀테크 최첨단을 달리는 <중국>은 신용카드보다 더 자주 휴대하는 모바일폰에 기반한 알리페이, 위챗페이가 우리나라 신용카드처럼 사용되고 있다.
#휴대폰 #웨어러블디바이스
만약 내가 실종되었다고 한다면, 경우 나를 추적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나의 휴대폰이 최종적으로 발신된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어디에 위치한 이동통신 중계기를 사용했는지, WIFI를 썼는지, GPS 기록을 남긴 앱을 사용했는지 등등의 방법이 사용가능하다. 개인의 컨트롤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이런 정보들의 순기능이 돋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언제나 몸에 휴대하는 폰은 비행기의 그것마냥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저장하는 ‘블랙박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더 휴대가 편한 센서다. 디지털포렌식은 범죄의 진실을 밝히는데 쓸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기도 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확인하는 유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중국>은 화웨이, 샤오미, 오보/비보 등의 경쟁력있는 단말기 업체가 있을 뿐만 아니라 화웨이처럼 세계통신장비 시장을 주름잡다가 백도어 등 스파이 혐의로 서방국가에서 판매가 제한되고 있는 기업도 있다.
빅데이터는 개인들의 행동에 대한 로그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곁에 이미 와있는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 다수는 빅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센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많은 기술들이 대개 그렇지만 빅데이터 기술도 민주적으로 통제가 가능할 경우에는 부작용을 사전 혹은 사후적으로 최소화하면서 순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을 통제하는 아주 비용효율적인 도구가 되기도 하다. 빅데이터 인프라는 때로는 빅브라더 인프라의 동의어다.
코로나19를 가장 빨리 격하게 겪은 중국은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기 이전부터 이미 대외 안보 혹은 ‘대내 안보(정권안정)’ 차원에서 디지털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가장 앞선 활용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전시 준하는 지금의 상황은 전세계가 중국식 빅브라더 인프라를 활용할 명분이 축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통제에 도입하는 기술의 메뉴가 중국처럼 다양하지는 않더라도, 권력자들에게는 잠재적인 선택지가 확보된 것이다.
마땅한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셧다운이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 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해서 보수적인 관점에서 사람간의 접촉을 최대한 제한하고, 의심자는 격리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물리적인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디지털 기술이 합리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쟁과 같은 지금의 시기가 지나고 또 한번의 평화로운 시기가 찾아왔을 때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 긴급 상황이라는 명분으로 낮은 제약하에서 활용되었던 기술들이 전시 때의 관성으로 평시에도 활용되는 것에는 분명한 브레이크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개인 정보에 대한 접근은 필요하다는 것을 넘어, 격리 지침을 어긴 자들의 비난에 가려서 기본적인 인프라와 국가적 기능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고조되고 있었던 디지털 무역 갈등은 빅데이터 기술을 빅브라더 기술로 활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간의 디지털 무역 갈등이 더 고조되는 상황에서 디지털 기업과 기술은 국가의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 된다. 이는 국가와 디지털 기술 기업간의 바터가 용이한 환경을 제공한다. 군산복합체처럼 국가와 디지털기업간의 이해가 일정 수준 일치하는 전략적 협력이 가능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주요 테크기업들과 국방부의 협력을 두고 해당 기업의 직원들이 반대하며 집단 행동에 나서면서 각 기업이 계획을 축소하거나 취소한 사례도 있었다. 한편, “인공지능(AI),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가 만드는 디지털 정보가 시장 정보보다 가격 결정이나 효율성에서 더 우월하며 앞으로 계획경제가 시장자본주의를 추월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중국 체재를 적극 대변했던 중국 최대 테크기업의 창업자인 마윈은 2017년 중국 공산당원이라고 공식적으로 확인되기도 하였다. 작게는 모바일폰부터 크게는 우주개발까지 현대의 많은 첨단 기술들의 원천이 국방 지출을 위함이었다는 것을 상기해 본다면, 결국은 중국식의 빅브라더 활용으로 갈 여지를 높여줄 수도 있다.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1811277232i